B의 평범한 직장

승진 발령

The bloom B 2017. 1. 7. 15:08

1월 1일 날짜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이 인사발령의 시초가 된 2015년은 내 인생 통틀어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들로 가득 했던 한 해 였다. 지금 돌아보니 더 악몽같았던 어떻게 버텼는지 나 스스로 대견해 했던 2015년을 끝판엔 잘 마무리 했고(뭐, 내입장에서만 '잘'이라는게 문제)

새로운 보직이 생기고, 책임감이란게 뭔지 알게됐던,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던, 한치앞도 볼수 없었던 안개같은 2016년도 지나고

2017년이라고 해서 뭔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인사발령을 받고나니 2016년의 힘듦을 위에서 조금은 알아주신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지금도 여전히 까이고 있지만). 2016년의 난 워커홀릭이었던 듯(와, 내가, 나한테, 이런 단어를 쓸 줄이야!!!!!). '엄마가 일은 너 혼자 다하냐'라고 했지만 그게 아닌데도 정말 바빴고 솔직히 좀 재밌기도 했었다(너무 힘들어서 번아웃 직전이었지만.). 나 변탠가;

 

문득 이 인사발령 공고를 보는데 작년 이맘때 쯤 생각이 났다.
그 때, 내가 우리 부서를 맡게 될 거라는걸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 곳에 근무하는 동안 내가 겪었던 내 상관들을 보면서 '난 저러지 말아야지, 잘 해줄 수는 없어도 저런건 하지 말아야지'했던 것들을 쭉 적어봤었다.
내 나름대로의 부서 운영 목표를 정했달까?!
그래서 정한 모토가 "일은 수직적으로, 관계는 수평적으로"였다.

모두가 작년에 나를, 그리고 우리 부서를 걱정 했었다.
가장 어린 부서장이어서 발언권도 없었고, 일도 많이 떠안았으며, 그 해 가장 큰 프로젝트가 10월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윗분들 께서 매우 예민해져 있기도 했다.
그런 때에 부서원들 모두 서로 하겠다고, 일거리를 나눠 달라고 얘기해 주고, 날 격려 해주고, 같이 분노해주고, 부탁하는 일 모두 잘 따라줘서 정말 고마웠다. 정말.

모두가 아니었음 할 수 없었다.
그 많은 일들을 해낼 수도 없었고,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뒀겠지.
그래서 잘 해주고 싶다. 나의 이런 마음이 얼마나 전해질 지는 몰라도 정말 같이 일하는 동안은 난 너의 선배이자 동료이며 친우이고 싶다. 윗사람이라고 해서 부담스러운 존재이고 싶지 않다.

부담스러운 존재이고 싶지 않은 바램이나, 언뜻언뜻 나에게서 예전 상관들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럴때 마다 헉 하고 놀라고, 또 한편으론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땐 좀 무섭다. 나도 그렇게 변해갈까봐.

최대한 그렇게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 하지만 나도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스텝일 때의 나와, 부서장인 내가 같은 일을 하는게 아니 듯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기본적인 바탕은 아직 스텝 마인드다. 다들 그런 마인드가 바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아니다. 부서원들의 생각을 위에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난데, 내가 그 마음을 모르면 안되지. 물론 그걸 티안나게, 그리고 경영진 맘에 들게 포장하는건 온전히 내 몫이다.

진보 개혁파는 내타입이 아니므로,
보수, 도태라기보다 좀 천천히 내실있게 나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승진발령 때문에 이런얘기 저런얘기 다 나왔지만 어쨌든 좋은건 좋은거고!
다들 축하해 줘서 고맙습니다. 카톡이 불나네요.
열심히 할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