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할머니께서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치셔서
요양 겸 우리에 몇일 와계셨었는데 계속 집에 가고싶어 하셔서 수요일에 할머니댁에 모셔다 드리고 옴.
평일이라 일 끝내고 빨리 집에 가려는데 실수한 게 있어서 윗분 호출. 굽신굽신 해결하고 집에 더착하니 벌써 5시. 그 와중에 할머닌 우리 강아지 닭죽 먹으라며 죽 데워 주시고 옷 갈아입고 닭죽먹고 할머니 모시고 시골로 출발.
할머니네 집 근처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기로 하고 뭐드시고 싶냐고 했더니 감자탕먹자고 하셔서 묵은지 감자탕 소자 시킴. 엄청 커서 덜어먹고 나머지는포장.
(할머니랑 나랑만 먹으면 저걸로 3일은 먹겠다면서 ㅋㅋㅋㅋㅋ)
집에 도착하니까 밤 9시. 동네 친구분들이 그 시간까지 할머니를 기다리고 계셨음. 얼굴 보고 간다면서.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셔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간만에 흥난 할머니 목소리 들음. 역시 내 집이 최고인가?!
할머니 스케줄 맞춰 잤더니 요 근래들어 최고 일찍잠.
무려 밤 10시에 잠을 자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새나라 어린이 된 줄 ㅋㅋㅋㅋㅋㅋ
아침에 10시에 일어남. 12시간 수면 잼 ㅋㅋㅋㅋㅋ
우리 할머닌 손녀딸 아침에 밥 못먹고 잠만잔다고 안쓰러워 방에 들락날락, 일어났나 한 번 보고, 밥먹으라고 깨울까 말까 한 번 보고, 자는거 보면서 머리도 쓰담쓰담 하시면서 우리강아지가 이렇게 피곤해서 어쩌냐며ㅋㅋㅋㅋㅋㅋ
(미안 할머니, 요즘 내가 박보검 물핥빨 하느라 좀 많이 피곤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일어났어요 하니 세수 시켜주실 판이라 후딱 가서 세수 하고 밥먹음 ㅋㅋㅋㅋㅋ
할머니표 밥상.
어제 포장해온 감자탕이랑 할머니표 김치들, 고추 짠지, 내사랑 진미채 그리고 고봉밥 ㅋㅋㅋㅋㅋㅋㅋ
매운거 잘 못먹어서 안매운 고추 골라주시고, 새김치 안먹는 손녀딸 때문에 팍 익은 김치 꺼내오시고, 진미채만 있어도 밥 잘먹는거 아시니까 그 아침부터 마른반찬 하시고...... 이렇게 나이 먹어도 할머니 앞에선 그냥 애인가 보다 ㅜㅜ
밥도 먹었고, 일 좀 해볼까 싶어서 뭐 할꺼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넌 그냥 쉬라며. 이모 불렀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우리 엄마 아바타는 나고, 우리 할머니 아바타는 이모인듯 ㅋㅋㅋㅋㅋㅋㅋ
아바타 이모는 오자마자 동치미 단지에서 김치를 꺼내고,
할머니 지시로 우리집에 가져갈 각종 것들을 꺼내서 담기 시작. 심지어 밭에가서 시금치도 캐옴 ㅋㅋㅋㅋㅋ
밭에서 시금치까지 캐온 이모한테 할머니가 밥사라면서 ㅋㅋㅋㅋㅋ 나 밥사주라고 ㅋㅋㅋㅋㅋ
내가 산다니까 아니라고 이모가 살거라고 ㅋㅋㅋㅋ
점심으로 보쌈 잘 먹고 집으로 출발.
오는길에 알밤 휴게소 들렸더니 여기서만
파는 거라면서 알밤빵을 팔고 있길래 한 번 사봄.
맛은 걍. 두번은 안사먹을 맛.
그 외 각종 말린 나물이랑 내 생일에 엄마한테 떡하라고 찹쌀까지 저렇게 한가득. 역시 우리 할머니 ㅜㅜ
근데 저거 가져오느라 나 허리 빠짐 ㅋㅋㅋㅋㅋㅋ
할머니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골목.
나한텐 추억이 가득하고 따뜻하고 정겹고, 설레는 길.
할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음 좋겠다.
사랑합니다 할머니~
'B의 평범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3월 2주차 일상 (0) | 2017.03.12 |
---|---|
해피빈 공감펀딩 : 하비풀 프랑스 자수 원데이클래스 (0) | 2017.02.18 |
꽃은 언제나 예쁘지 (0) | 2017.01.18 |
얼리 뉴이어 참치 ㅋㅋㅋㅋ (0) | 2017.01.11 |
나도 당겨봤다 박코크 (0) | 2017.01.10 |